함부로 흉내 내지 못할 우정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見危授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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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흉내 내지 못할 우정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見危授命)

김흥순 / 자유기고가  | 입력 2015-01-23 오후 12:12:48  | 수정 2015-01-23 오후 12:12:48  | 관련기사 57건

김흥순 / 자유기고가

 

이득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쳐라

 

1. 영화배우 김혜자와 김수미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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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씨가 심각한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을 때였습니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김수미씨의 남편이 사업 실패를 겪으면서 빚더미에 올라 앉아 쩔쩔 매는 상황까지 맞았다고 합니다.

 

돈이 많았던 친척들도 김수미씨를 외면했습니다. 김수미씨는 급한 대로 동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면서 몇백만원씩 돈을 빌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안 김혜자씨가 김수미씨에게 정색을 하며 말했습니다. ", 넌 왜 나한테 돈 빌려달라는 소리 안 해? 추접스럽게 몇 백씩 꾸지 말고 필요한 돈이 얼마나 되니?" 하며 김수미씨 앞에 통장을 꺼내 놓았습니다.

 

"이거 내 전 재산이야. 나는 돈 쓸 일 없어. 다음 달에 아프리카 가려고 했는데 아프리카가 여기 있네. 다 찾아서 해결해. 그리고 갚지 마. 혹시 돈이 넘쳐나면 그 때 주든가."

 

김수미씨는 그 통장을 받아 그때 지고 있던 빚을 모두 청산했습니다. 그 돈은 나중에야 갚을 수 있었지만 피를 이어받은 사람도 아니고 친해봐야 남인 자신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내어 준 것에 김수미씨는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입장이 바뀌어 김혜자씨가 그렇게 어려웠다면 자신은 그럴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하면서요. 김수미씨는 그런 김혜자씨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언니, 언니가 아프리카에 포로로 납치되면 내가 나서서 포로교환 하자고 말할 거야. 나 꼭 언니를 구할 거야."

 

그렇게 힘들고 어려울 때 자신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전 재산을 내어준 김혜자씨에게 김수미씨는 자신의 목숨도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사랑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살면서 이런 친구 한명만이라도 함께 한다면 세상 참 잘 살았다 할텐데 말입니다.

 

2. 문경지교(刎頸之交)목을 베어 줄 수 있을 정도로 절친한 우정 또는 그런 벗을 뜻한다.

 

전국 시대 조()나라에 인상여(藺相如)라는 사람이 있었다. 원래 조정 대신 무현(繆賢)의 식객이었으나, ()나라에 빼앗길뻔한 천하의 보물 화씨벽(和氏壁)이란 옥을 무사히 구해 가져온 공로로 혜문왕(惠文王)으로부터 일약 상대부(上大夫)란 높은 벼슬을 받았다.

 

그로부터 3년 후, 혜문왕과 진나라 소양왕(昭襄王)은 하남성의 민지(澠池)라는 곳에 회동하게 되었을 때 인상여는 왕을 수행하게 되었다. 술자리가 무르익었을 때 소양왕은 혜문왕에게 망신을 주려고 시비를 걸었다.

 

그러자 인상여가 가로막고 나서서 오히려 소양왕을 무색하게 만들었고, 그 공으로 나중에 돌아와서는 상경(上卿)이 되었다. 이처럼 인상여의 벼슬이 갑자기 높아지자, 주위에서 말이 많았다. 특히 상장군 염파(廉頗)는 몹시 분개하여 이렇게 불만을 토로했다.

 

나는 목숨을 걸고 전장을 누비며 나라를 숱한 위기에서 구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세 치 혓바닥 몇 번 놀린 것밖에 한 일이 없는 자가 내 윗자리에 올라서다니, 도저히 참을 수 없구나. 내 언제 이 자를 한번 만나기만 하면 톡톡히 망신을 주고 말 테다.”

 

이 말을 전해들은 인상여는 될 수 있으면 염파와 부딪치지 않으려고 몸조심했다.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조회에 나가지 않았고, 어쩌다 길에서 저만치 염파가 보이면 얼른 옆길로 돌아서 가곤 했다. 인상여가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이처럼 비겁한 꼴을 보이자, 그의 가신들이 자존심 상하여 모두 몰려와 항의했다.

 

저희들은 상공의 의로움과 경륜을 흠모하여 지금까지 성심성의로 모셔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공보다 서열이 떨어지는 염파 장군을 두려워하여 몸조심하시는 것은 오히려 저희들이 부끄러워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모두 집으로 돌아가기로 의견을 모았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그 말을 들은 인상여가 물었다.

 

그대들은 염파 장군과 진나라 임금 중의 어느 쪽이 두려운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그야 물론 진나라 임금이지요.”

 

나는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 진나라 임금을 꾸짖고 혼내 준 사람이다. 그런 내가 어찌 염파 장군을 두려워하겠느냐. 지금의 양국 관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진나라보다 국력이 확실히 한 수 아래로 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나라가 섣불리 침공하지 못하는 것은 염파 장군과 내가 버티고 있기 때문임을 그대들도 인정할 것이다. 만일 우리 두 호랑이가 안에서 싸우게 되면 어느 한 쪽이 다치거나 죽게 될 것인데, 그러면 진나라가 옳다구나 하고 쳐들어올 것이 아니냐? 내가 장군하고 되도록이면 부딪치지 않으려고 신경 쓰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제야 가신들은 감복하여 사죄하고 물러갔다. 나중에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염파는 자기가 몹시 경솔했음을 깨달았다. 스스로 웃통을 벗고 형구(荊具)를 짊어진 채 인상여를 찾아가 섬돌 아래 꿇어앉아 사죄했다.

 

이 미련한 인간이 상공의 높으신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버릇없는 짓을 했습니다. 부디 벌해 주십시오.”

 

인상여는 버선발로 달려 나가 염파를 맞아들여 따뜻한 말로 위로했고, 그로부터 두 사람은 상대방을 위해 목이라도 내 줄 정도의 우정을 맺었다고 한다.

 

 

 

김흥순 / 자유기고가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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