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행복한 설날’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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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행복한 설날’이 될 수 있을까?

한창식 발행인  | 입력 2014-01-29 오후 04:26:31  | 수정 2014-01-29 오후 04:26:39  | 관련기사 2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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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식 발행인
최근 인터넷의 원활한 보급으로 온라인상에서는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이른바 채팅이라는 방법으로 편하게 대화를 나누게 됐다.

 

오프라인 상에서야 서로를 보며 음성의 높낮이와 완급 등 말하는 이의 표정으로 완벽한 의사전달이 이뤄지겠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오로지 자신이 자판에 입력하는 텍스트와 몇 개의 부호만으로 희로애락 감정이나 음의 고저장단을 표현 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젊은 층으로부터 시작된, 거의 음어에 가깝다 할 정도의 기발한 말들이 쏟아져 나와 이제는 중장년층에서도 거리낌 없이 가져다 쓰는 형편이다.

 

컴퓨터 보급이 확산되면서 암호나 음어에 가까운 듣도 보도 못한 잡다한(이른바 듣보잡이라 젊은이들은 축약해 쓴다) 말과 그 표현에 학자들이나 국어를 전공한 사람들이 초창기에는 발끈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많이 가라앉아 있는 편이다. 특별한 혼란 없는 가운데 편리성이 부각되면서 별 탈 없이 잘 쓰이고 있어 논쟁거리로 생각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데, 실제로 공공연하게 그릇된 맞춤법의 한글들이 읽혀지고 공공장소에서 내뱉는 말이 들리는데 대해서는 굳이 국어 학자가 아니어도 지적하고 또 고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칫 잘 못된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국어체계 전반을 흔들어놓아 부작용도 생길 터이기 때문이다. 하긴 엉뚱한 경우지만 먹거리가 표준말이 되기도 하기에 별스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지적한다.

 

내일부터 설 연휴에 들어간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혹은 대형매장이나 금융기관 등 여러 곳에서 안내하는 여성들로부터 즐거운 설날 되십시오’ ‘즐거운 명절 되십시오’ ‘행복한 설 되십시오라는 인사를 받는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나는 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건강하고 복을 많이 받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설날이 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행복하고 즐거운 설날을 보내고는 싶다.

 

그렇다. 사람이 설날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뜻 들으면 별 탈이 없어 보이는 행복한 명절 되십시오라는 인사말 속에는 당신이또는 당신은이라는 주어가 생략돼 있어 궁극적으로는 말하는 사람에게 명절이나 설날이 되라는 것이다.

 

대형마트에 가서 받는 인사는 또 어떤가. 나더러 쇼핑이 되란다. ‘어서 오십시오. 즐거운 쇼핑 되십시오’. 나는 쇼핑이 돼서도 안 되고 쇼핑이 될 수도 없고 되기도 싫다. 다만, 즐거운 쇼핑을 하고 싶을 뿐이다. ‘어서오십시오. 즐거운 쇼핑하십시오해야 올바른 표현이다.

 

지금 밖으로 나가 도로가에 걸린 귀향 환영 현수막을 몇 개만 보라. 절반 이상은 즐거운 명절 되십시오.

 

이제 바로 쓰자. 사람한테 훌륭한 의사나 변호사, 선생님이나 과학자, 사업가가 되라고 하지는 못 할망정 쇼핑이나 명절이 되라고 하지는 말아야 할 일이다.

 

 

 

한창식 발행인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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