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무어의 와 의료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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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의 와 의료 양극화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8-04-09  | 수정 2008-04-09 오전 11:48:20  | 관련기사 건

한반도 대운하는 그 발상만으로도 全국민과 국토 그리고 거기서 살아가는 뭇 생명에게 대재앙을 예고한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그리고 민영의료보험의 확대는 대운하에 못지않은 파괴력으로 우리의 개인적·사회적 삶을 황폐화할 것이라는 게 많은 보건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런 정황을 모를 리 없는 보건복지가족부는 이 정책에 대해 다소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적어도 장관이 직접 환경을 크게 해칠 것이 분명한 대운하정책을 지지하고 나서는 환경부식 직무유기는 하지 않는다. 어떤 연유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대통령에 대한 복지부의 업무보고에도 이 정책은 빠져 있다.


그런데 주무부처도 아닌 기획재정부가 팔을 걷어붙였고 대통령도 보건사업을 산업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거들고 나섰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하다 실패한 보건의료 산업화 정책을 줄기세포 같은 신기술이 아닌 일상적 보건의료 활동에 전면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과학적 검증도 없이 황우석과 줄기세포가 큰돈을 벌어줄 것으로 기대했다가 우리 모두를 크게 실망시켰지만, 이 정부는 아예 일부 환자가 아닌 온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장사를 하겠단다. 그 과정에서 보건전문가가 아닌 경제전문가가 국면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도 않는다.


새 정부, 의료혜택마저 양극화하나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다. 제약기업과 병원자본이 돈을 버는 데 걸림돌이 되는 제도를 모두 없애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2005년 삼성경제연구소가 낸 `의료산업 고도화의 과제`를 그대로 베낀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큰 병원과 보험회사를 가진 재벌의 사업구상이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정부정책이 되고 있다. 이익의 극대화가 목적인 기업의 사업계획이 국민의 건강이란 추상적 가치를 고려했을 리 없다.


그들에게는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지정기관이 되는 당연지정제가 첫 번째 걸림돌이다. 지금의 건강보험 수가체계에 묶여 있는 한, 의료서비스를 통해 돈을 버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했고 그 해결책이 임의지정제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건강보험을 취급하는 의료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으로 양분되어 의료혜택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부자들이 건강보험에서 빠져나가 非보험 시장이 분리되면 건강보험의 재정은 더 악화될 것이고 의료보장의 범위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의 사회통합기능이 무너지고 계층 간 반목이 심화될 것이다.


그들은 이 틈새를 파고들어 민영의료보험 시장을 개척할 생각이다. 건강보험으로 묶여 있는 국가와 시민의 연대를 약화시켜야만 자본의 활동무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과 사보험이 경쟁관계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 경쟁에서 건강보험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여기서 경쟁의 규칙은 투여된 자본에 대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시장의 원리인데, 이건 공적 이익을 추구하는 건강보험이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결국 저들의 궁극적 목적은 건강보험을 고사시켜 의료시장을 완전히 자본의 손에 넘겨주는 것이다.


그들은 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방대한 양의 질병통계자료에도 눈독을 들여 정보의 공유를 주장하는데, 만약 그들에 이 정보를 넘겨준다면 이는 결국 보험회사가 치료비 지불을 거부할 명분을 찾는 데 활용될 것이다. 결국 당연지정제의 폐지,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 민영의료보험의 확대, 질병정보의 공유로 요약되는 새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건강보험을 파괴하고 국민의 건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식코>, 미국민의 건강이 파탄 난 사정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굳이 많은 지면을 쓸 필요가 없다.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했을 경우에 어떻게 될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 한편을 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마이클 무어의 <식코>(Sicko)가 그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미국의 건강지표가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3만 5천 달러에 이르는 1인당 GDP의 16%를 의료비에 쓰는 나라(2006년 기준, 2016년에는 이 수치가 19.6%에 이를 것이라는 게 OECD의 전망이다), 그런데도 우리 인구와 맞먹는 4700만이 아무런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나라, 보험에 들었어도 복잡한 보험계약에 따라 간단하게 치료비 지불이 거부되는 나라, 그것이 세계 최강국 미국 의료의 모습이다. (참고로 모든 국민을 무료로 진료해주는 영국은 2003년 현재 GDP의 7.8%를 보건의료에 지출했다.)


미국의 의료가 이 지경이 된 연유를 살피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첫째, 미국은 자신들의 의학이 세계 최고라는 자만에 빠져 최첨단 의료기술만 추구했다. 하지만 그 나라의 의학이 최고라고 그 나라 국민의 건강이 최고가 될 수 없다는 당연한 진리에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둘째, 평등에 대한 지나친 혐오감이 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의료사회주의라는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헛발질을 해대느라 조건의 평등에 기반을 둔 공동체적 삶이라는 보건의료와 미국 건국의 기본이념을 돌보지 않았다.


셋째, 이 모든 것이 자유방임적 보건의료정책을 낳았다. 특히 80년대 초 레이건 행정부에 의해 도입된 의료지식과 기술의 사유화를 통한 상업화 정책은 보건의료비 지출을 크게 늘렸을 뿐 아니라, 보건의료의 유통구조를 상업적 건강유지조직(HMO)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넷째, 여러 번에 걸쳐 개혁이 시도되었지만 결국 기득권의 반발을 극복하지 못한 채 표류했다. 그 개혁을 주도했던 힐러리 클린턴이 지금은 제약과 보험회사로부터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는 정치인이라는 아이러니가 바로 미국 보건의료의 현실이다.


건강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영화 <식코>는 이런 보건의료 현실에 대한 미국인의 인내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국가보건의료체계를 의료사회주의라고 비난했던 의사집단마저도 영리만 추구하는 민간보험의 폐해가 극에 다다랐음을 인정하고 있다. 최근 《내과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의사 중 59%가 보험회사가 아닌 국가가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 도입에 찬성했다고 한다. 2002년의 49%보다 10%나 높아진 수치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에도 문제는 많다. 하지만 그 사소한 단점 때문에 사람의 건강을 돈으로 사야 하는 미국식 제도를 좇아간다면 우리 모두가 곧 영화 <식코>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저자 소개

 

강신익 / 인제대 의대 교수, 同대학 인문의학연구소장. 저서로 《몸의 역사, 몸의 문화》 《의학 오디세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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