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의 초심으로

> 뉴스 > 칼럼&사설

촛불혁명의 초심으로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정치학  | 입력 2020-08-27 오후 05:40:35  | 수정 2020-08-27 오후 05:40:35  | 관련기사 건


f162be823043c52_159359667099256569.png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정치학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고, 세계적으로는 더 가속화되는 추세다. 이제 당장의 불편함을 넘어 앞으로 우리 삶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래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역량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우리 앞에 놓인 만만치 않은 과제들을 잘 해결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서로를 격려하며 자신감을 북돋울 수 있었다. 지난 4월 총선 결과도 이에 힘을 더했다. 그런데 총선 이후 불과 4개월 남짓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변화의 동력이 뚜렷이 약화되고, 촛불혁명을 지지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정부여당이 촛불혁명을 감당하려는 자세와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촛불혁명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될 조짐도 나타났다. 그렇다고 비관과 체념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가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촛불혁명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진지하게 검토해볼 때이다.

 

이 시점에서 지난 총선 결과가 의미하는 바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에 가까운 의석수를 확보하는 압승을 거둔 것의 정치적 의미가 결코 작지는 않지만, 이 결과가 우리 사회의 의견분포를 객관적으로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례투표의 지지율에서는 여당 및 관련 비례정당들의 득표율이 40퍼센트를 조금 넘었을 뿐이다. 압도적 의석수는 소선거구제가 여당이 과잉대표되는 방향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은 지지층으로부터는 더 빠르고 적극적인 개혁을 요구받으면서도, 그러한 요구를 실현하고자 하는 시도에 있어서는 항상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촛불혁명의 요구에 값하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코로나19가 던진 새로운 과제들을 감당해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어려움이 지금처럼 사회변화의 동력을 약화시킨 결과에 대한 변명거리가 되기는 어렵다. 어떻든 압도적 의석 보유만큼 변화를 추진하는 데 유리한 정치상황이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압도적 의석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국정을 운영해온 데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정부여당은 최근까지 정치적으로 극단적 양자구도를 만들고 그 속에서 많은 정치적 이득을 취해왔다. 지난 총선에서의 위성비례정당 창당도 그같은 사례다. 총선 이후 정국운영에서도 그 관성이 계속 작용했다. 자신의 권한을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그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가는 일에 쓰기보다 여전히, 그것도 잘못 겨냥한 과녁과도 같은 양자구도를 활용해서 정치적 동원에 더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총선 민의라고 볼 수 없고 더 근본적으로는 촛불혁명의 계승과 거리가 멀다.

 

촛불시민의 주요한 명령인 검찰개혁은 올해 초에 관련 입법이 이루어진 데다 총선을 거치면서 국회 내 절차를 통해 실행방안을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민들에게는 정부여당이 검찰 내 특정인들을 몰아내는 일에 주력한다는 인상 이상을 주지 못했다. 7월 하순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개혁안은 검찰에 대한 권력의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해 검찰개혁의 취지에 대한 의구심만 증가시켰다. 이제 공수처 설치를 포함한 검찰개혁 본연의 의제를 추진할 동력마저 약화되고 있다.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급격한 가격 상승에 소심한, 그리고 임기응변식의 대책만을 남발하는 정부의 모습에 실망감은 이미 컸다. 특히 지역균형발전 의제가 소홀히 다루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그래도 국민들은 이번 정부가 부동산 문제에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기대를 완전히 접지는 않았기에 이번 총선에서도 정부여당이 심기일전할 것을 기대하며 지지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 총선 이후 대통령의 고위 참모들 내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반복되고, 그에 대한 처리에서도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면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공급 확대의 길을 열어준 것도 근본적 대책과는 거리가 멀뿐더러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인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만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혼란의 결과가 촛불연합의 약화이고 정부와 여당 지지율의 하락이다. 지지율 하락은 분명히 촛불혁명의 미래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여러 이유로 촛불과 정부여당이 동일시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부여당의 문제가 촛불혁명에 대한 폄훼로 이어지거나 우리 스스로 이러한 정조에 휩싸일 일은 아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리고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당연한 사실은 현재 정부여당의 지지율 하락도 촛불혁명의 자장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퇴행적 이슈가 아니라 성평등, 주거권 보장, 소득불평등 해소 등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의제에서의 미흡한 대응이 지지율 하락을 촉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제를 제대로 풀어나가기를 여전히 다수가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기후변화와 생태 문제도 더이상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다만 국민들의 눈에는 이 의제들을 누가 더 잘 감당하고 미래지향적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가 불확실해졌다. 확실한 것은 이 의제를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만을 따라 활용하려 할 경우 여당이나 야당이나 모두 그 과제를 제대로 풀 수 없고 국민들의 지속적인 지지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 역시 촛불을 거쳐 탄생했다고 해서 그런 의지와 능력이 보장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자각하고, 촛불권력이 아니라 그들만의 권력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사, 정책, 국정운영 등을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촛불혁명이 어떤 정치적 환경에서 시작되었고 왜 우리 사회 절대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래야 신뢰와 지지율을 회복하고 변화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아울러 촛불혁명을 거친 시민들도 그간 제기된 의제들이 표류하지 않고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때로는 쓴소리를, 때로는 지지를 보내며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이제 촛불혁명에 대한 충실성이 확인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정치학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정치학 gsinews@empas.com

ⓒ 고성인터넷뉴스 www.gsi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작성자 :
  • 비밀번호 :

칼럼&사설전체목록

공무로 갔는데 이런 결례를 저지르다니

최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