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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숲해설가 | 입력 2013-06-17 오전 08:11:39 | 수정 2013-06-17 오전 08:11:39 | 관련기사 18건
-장마를 준비한다
밤꽃향기가 진하게 전해질 때 쯤 장마가 시작될 겁니다. 밤과 낮이 교체 될 때 짙은 안개가 피어오릅니다.
시원한 아침과 저녁의 기온은 한낮 뜨거운 태양으로 가열됩니다. 자연은 밤과 낮의 기온 차에 적응하는 방법으로 짙은 안개와 높은 습도를 선사합니다.
숲속은 초여름까지 수정돼야 할 대부분의 꽃들의 잔치를 끝내 갑니다. 이제 시작될 장마는 숲속 식구들에게는 또 다른 향연입니다. 아직 준비 못한 풀꽃들은 다투어 꽃을 피워 올립니다. 숲은 비 맞을 준비를 서서히 끝내갑니다.
밤나무
꿀벌을 키우는 양봉 꿀은 아카시 꿀이거나 밤꽃 꿀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밤꽃은 남자의 향기가 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밤 꿀은 그래서 더 잘 팔리기도 했다지요. 들은 이야기이니 그러려니 하세요. 어쨌든 밤꽃이 잦아들면 장마가 시작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셨죠. 본격적인 더위로 들어서 한낮 태양빛에 나서기 망설여질 무렵 밤꽃향기가 가득했습니다.
생긴 것과 다르게 진한 향기는 밤꽃의 자랑입니다. 뭐하나 잘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살 수 있다는 말, 밤꽃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 멀리 산언저리 허옇게 바랜 색으로 나부끼는 곳에는 밤나무 꽃이 한창인 밤 숲입니다. 워낙 많은 밤나무를 재배해서인지 우리 동네 뒷산에는 밤나무 꽃이 한창입니다.
루드베키아
스웨덴의 학자 린네는 수많은 동식물의 학명을 명명했답니다. 식물 8000천여 종에 동물 4천4백여 종이나 됐답니다. 이웃집 아주머니의 이름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스승에 대한 존경을 표현했다고도 하는데 웁살라대 식물학자 스승인 루드베크 부자를 기념하기 위해 이 꽃의 학명을 루드베키아(Rudbeckia)라고 붙였답니다. 요즘 이 꽃이 한창입니다. 해바라기와 뚱딴지를 닮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루드베키아는 이미 우리에게는 친숙해진 원예종 꽃입니다. 지방도로 길가에 심겨져 이름 모를 꽃으로 묘사되고 있지요.
일요일 군대 간 아들 면회 후 돌아오는 길가에 피어있더군요. 월요일부터 유격훈련을 들어간다면서 서둘러 부대로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에 짠해 있었는데 루드베키아는 그런 맘을 전혀 모른다는 듯 환하게 피어있었습니다. 슬플 때 너무 환한 모습을 보거나, 기쁠 때 아무렇지도 않은 청명한 장면을 보면 갑자기 울컥하거나 그냥 눈물이 나오는 경험을 하신 적 있으시죠. 오늘 본 루드베키아가 꼭 그렇군요. 역시 마음은 지 멋대로 입니다. 내 맘인데도 내 맘대로 안 되지요. 그래서 불교에서는 "이뭣고"의 마음으로 마음 가는 곳을 지켜보라고 한 모양입니다. 오늘 완전 불볕더위였어요.
박쥐나무
초여름산은 이제 꽃보다는 녹음우거진 잎사귀의 천국입니다. 모두가 햇볕을 탐하고자 경쟁합니다. 조금 깊은 산중으로 들어서면서 유럽 어느 나라 귀족의 작위를 수여받는 듯한 하얀 꽃을 발견합니다. 돌돌말린 꽃잎과 노란색 꽃술이 아름답습니다. 꽃의 주변에는 아직 피어나지 못한 하얀색 몽둥이 같은 꽃 봉우리가 함께 매달려있습니다.
작은키나무인 박쥐나무입니다. 식용 가능한 잎사귀가 박쥐처럼 생겼다고 박쥐나무라고 한답니다. 굳이 갖다 붙인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겠습니다. 대체로 나무와 풀의 이름을 불러보면 대충 그럴 듯하다고 느껴왔습니다만 박쥐나무는 뭔가 억지스러운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날개를 활짝 핀 박쥐의 모습 닮았다는 잎사귀는 큰 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을 받으려 안간힘을 쓰는 산속.
박쥐나무의 꽃과 작은키나무의 특성은 관상용으로의 활용을 고민하게 할 만큼 매력적입니다. 어쩌면 얼마 후 아파트의 관상수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오동나무
개신동 충북대 뒷문 들어가는 아파트 조경수로 꽃이 만개했습니다. 큰키나무이면서도 꽃이 폭발적으로 피어오르면 멀리서도 장관을 이룹니다. 개오동나무는 능소화과입니다. 오동나무가 현삼과 이므로 정확히 따지자면 오동나무와는 서로 다른 나무라고 봐야지요. 그런데 앞에 "개"자가 붙었습니다. 오동나무가 재질 좋은 목재로 시집보낼 딸내미의 장롱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개오동은 그렇지 못해서 "개"자를 붙였을까요? 개오동나무도 목재로도 많이 쓴다고 하는데 중국에서 들여왔기에 천덕꾸러기 이름을 붙인 것일까요?
아파트에 만개한 개오동나무꽃을 찍고 있는데 걸어서 출근하던 누군가가 인사를 합니다. 충북대 총장님이시네요. 오늘 멋진 꽃과 총장님을 뵙게 돼 기분 좋은 하루가 되겠다고 덕담을 건넸습니다. 사실 그 길은 지난 2년 전부터 수연이 학교를 태워다 주는 바람에 지나다니게 된 길입니다. 거의 매일 지나치는 사람 중에 예쁘장하게 생긴 젊은 여성분이 주로 둘씩, 가금은 혼자 걸어오는 것을 2년 가까이 봐왔습니다. 근처 유치원 선생님들이었어요. 매일 운전 중에 하필이면 턱 있는 길이어서 천천히 갈 수 밖에 없는 도로가에서 거의 매일 마주치다보니 안보이기라도 하면 뭔 일 있나 싶었습니다. 당연히 그분들은 저를 본적이 없겠죠.
이 길가에는 일단 하얀색 찔레꽃이 만개하고 지고나면 개오동꽃이 피어납니다. 그리고는 마주치는 인연들이 있죠. 몇 년을 거의 매일 다니다보면 이렇게 뜻하지 않은 만남들이 생겨납니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인연들 인거지요.
용머리
우리아파트 뒷길은 생태통로로 만들어져 숲이 우거진 곳이에요. 저쪽 아파트와는 수십 미터 거리를 두고 계곡처럼 숲이 우거져 있답니다. 지나다 처음 본 꽃을 발견했습니다. 알아보니 이름이 "용머리"라고 합니다. 척 보기에도 꿀풀과의 풀꽃입니다. 이름 붙은 모양새로 봐서 꽃모양이 용머리를 닮았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펴보았습니다. 어떤 자료에는 북아메리카산으로 원예종으로 들어왔다가 정착했다고도 하고, 한국이 원산지라고 표현한 자료도 있어서 좀 더 알아보아야겠습니다.
이제 풀꽃 소개도 만 1년이 됐습니다. 작년 5월부터 풀꽃이야기 소개를 했었는데 1년이 되니 겹치기 시작하는군요. 그래도 새롭게 보게 되는 풀꽃이 많습니다. 공부도 하게 돼 참 좋기도 했구요. 용머리는 그런 의미에서 집근처에서 발견한 풀꽃입니다. 이제부터 이 녀석을 또 어떻게 알아갈 것인지 생각해봐야겠어요.
멍석딸기
산딸기종류가 대여섯 개 정도 될 거에요. 우리네 산하에서 산딸기라고 불리는 종류 중에 가장 유명한 녀석은 역시 검은색으로 익어가는 "복분자"랍니다. 허옇고 거친 줄기가 밭고랑으로라도 내려올라치면 강한 생명력에 가시달린 줄기 걷어내기 쉽지 않았을 거예요. 어느 샌가 복분자는 상품으로는 완전 성공해서 산딸기 중에서도 대접받는 재배종이 됐습니다. 저는 산딸기 맛으로는 멍석딸기가 젤 좋았는데 익기시작하면 잘 굴러 떨어지는데다 키우기가 어려워서였는지 복분자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거지요.
사실은 동의보감에 나와 있다는 정자를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표현을 "아침에 요강을 깬다"는 스토리텔링으로 복분자가 유명해 진건 아닐까요. 그래도 최근에는 멍석딸기가 더 비싸게 팔리는 것 같습니다. 술이나 효소가 아니고 생으로 먹는 산딸기, 멍석딸기 맛 좋은 건 모두들 아는 사실 이었던것 같아요. 사람 입맛이 다 비슷하겠죠 뭐.
으아리
미나리아재비과 으아리꽃입니다.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이에요. 봄꽃인데 이제서야 소개합니다. 지난주 산에 갔다가 발견했는데 올해는 못보고 지날 줄 알았습니다.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글쎄 우리 동네 뒷산에서도 찍어놓은 으아리가 있는 거예요. 참내...이 녀석의 꽃말은 "마음이 아름답다"랍니다. 단아하게 생긴 것이 아름다운 으아리도 종류가 몇 가지 있는데요. 아마 참으아리는 이미 소개한바 있어요. 이 녀석보다는 훨씬 더 크고 화려하답니다. 그래도 으아리는 소박하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향기로 표현합니다.
땅비싸리
싸리나무종류가 참 다양하죠? 1미터 남짓 여리게 자라는 "땅비싸리"입니다. 최근에는 관상용으로도 활용한다는 땅비싸리는 작은 키에 여린 꽃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과 일본이 원산지 입니다. 콩과식물이 대부분 그렇지만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질소고정을 하는 특징도 가지고 있겠죠. 가끔 붉은 아까시라고 사진 올리시는 분들이 있는데 땅비싸리가 알면 속상할 겁니다.
참고로 이 사진은 우리 동네 뒷산에서 찍은 땅비싸리랍니다. 어디서나 잘 자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강조했습니다.
비비추
비비추의 계절입니다. 비비추는 대략 두 종류를 소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 속 비비추는 우리나라 중부이남에서 자라고 꽃대에 어긋나게 줄지어 피어나 최근에는 관상용으로 재배가 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답니다.
또 하나는 작년에 소개한바 있는 일월비비추에요. 백두대간 탐사 중에 군락을 발견하곤 했는데 산속에서 꽃대 끝에 몇 송이씩 피어나고 잎이 둥글고 넓은 특징이 있었습니다. 깊은 산중에서 이슬 맺힌 채 무리지어 피어나는 것을 보면 거의 환상적입니다.
수곡동 GS마트사거리 마을에서 관리하는 손바닥공원에 한창 피어나는 비비추, 이 작은 화단이 지나칠 때마다 작지 않은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더군요. 관리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광희 숲해설가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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