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조기회복 가능성 여전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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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 조기회복 가능성 여전히 낮다

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09-04-01  | 수정 2009-04-01 오전 7:51:48  | 관련기사 건

LG경제연구원 박래정

 

중국경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한발 비켜선 경제대국으로서 글로벌 경제위기 해소에 무언가 기여해주기를 바라는 기대심리 덕택이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영향은 물론이고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엔 미 시사경제지가 선정하는 500대 글로벌 기업들 대부분이 진출해있다. 중국 경제의 향배는 갖가지 갈등요인이 산재한 중국 사회에도 긴장감을 고조시킬 수 있는 위험요인이다.

 

부동산 거래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등 연초 공포된 몇 가지 경제지표들이 이달 들어 중국 경제의 조기 회복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그러나 해당 지표들의 성격과 과거 경기패턴을 살펴볼 때 중국 경제가 현재 경기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하반기 경기회복을 이끌 것으로 알려졌던 대규모 정부투자 계획도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재정여력 등을 감안해볼 때 중국 정부는 글로벌 경기가 올해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장기침체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도 중국 관련 비즈니스 환경이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전제 하에서 단기 매출관리 뿐 아니라 중장기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커지고 있다.

 

< 목 차 >

Ⅰ. 중국 경기 바닥에 도달했나

Ⅱ. 4조 위안 매머드 재정투자의 허실

Ⅲ. 경기회복은 어디에서 먼저 느낄 수 있나

Ⅵ. 시사점

 

‘세계의 공장’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중국경제이지만, 여전히 글로벌 영향력 면에서 미국경제와 적지 않은 격차가 있다(비즈니스 인사이트 1030호를 참조). 아직 ‘세계의 시장’이라고 부르기엔 내수시장 규모에서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국면에서 중국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한 것은 경제 대국 중 가장 먼저 낙관적인 신호를 보일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중국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한발 비켜서 있다. 국유 상업은행들이 건재하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조 달러에 가까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자랑한다. 중앙정부의 ‘재정실탄’도 여유가 있고, 기업들도 매출감소를 피부로 느끼지만 현 상황을 타개하지 못할 위기국면으로 보진 않는다.

 

다른 나라보단 낫다는 상대적 우월감에 성장 잠재력을 확신하는 낙관심리가 잔존하고 있는 것이다. 관영 언론매체들이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낙관적 지표들을 ‘희망 바이러스’로 전파하는 것도 한몫 했을 것 같다.

 

중국경제의 향배는 사실 중국 정치사회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핵심 리스크 요인이다. 민주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란 정치적 탈출구가 없는 중국 정치 제도의 특성 상 경제위기는 유일 집권세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체제불안을 키워 파괴적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현재의 경제위기가 장기화해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마오 (毛) 시절의 사회주의 근본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장경제 체제를 지탱해주는 법적 기반이 거의 완성돼 과거로 되돌리기 어려운 데다 30여 년 시장경제 실험의 과실을 중국인들 대부분이 향유하면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대부분이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새로운 제조거점과 시장판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과거로의 회귀는 교역관계 단절로 이어져 사실상 자급자족 경제를 감수해야 한다.

 

중국 최고 지도층이라면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을 지칭한다. 이들의 해외순방 외교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대만 독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중국 정부의 강고한 입장에 대한 지지를 얻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최근 순방외교에서 들려오는 뉴스는 온통 무역상대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하고 자원확보 루트를 확보하는 경제외교로 점철돼 있다. 경제 위기극복이 통일이슈를 넘어서 최우선 순위로 부상한 것이다.

 

Ⅰ. 중국 경기 바닥에 도달했나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 언론들이 자국 경제가 현재 경기 저점(trough)을 통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측은 나름대로 낙관적 지표에 의존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들이 주택거래의 회복, 은행 대출금의 급증, 구매자관리지수의 개선 등이다(<그림 1> 참고).  

 

 

소비품 소매총액이나 투자 관련 지표들에서는 지난 연말을 거쳐오는 동안 심각한 위기라고 간주할 만한 징후도 찾기 어려울 만큼 횡보국면을 유지했다는 설명도 같이 따라 다닌다.

 

그렇지만 <그림 2>가 보여주듯 자동차와 프리미엄가전 등 고가 내구재의 판매실적은 최악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고 소비재 판매도 증가세가 꺾이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의 이익증가율 역시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고 설날 이후 회복조짐을 보였던 증시 관련 지수들도 최근 상승여력을 잃고 횡보하는 수준이다. 도대체 중국경제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 문제를 살피기 위해 우선 낙관적 지표들을 구체적으로 평가해보자. 먼저 금융기관의 신규대출 금액. 올해 1~2월 신규대출 금액은 모두 2조 6,900억 위안으로 전년 초 2개월보다 무려 157%나 늘었다.

 

대부분 중국 국무원이 지난 연말 천명했던 인프라 건설투자 관련 중장기 대출과 기업들의 어음할인을 통한 신용공급이다. 그러나 이러한 급증세는 한해 전 중국 정부의 경기과열 억제책을 되살려 비교할 필요가 있다.

 

2007년 12월 국무원은 잇따른 부동산 경기 억제책을 비웃듯 투자과열이 초래한 인플레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자, 강력한 금융기관 창구억제책을 동원했다. 경제성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대출규모 확대는커녕 2008년 신규대출 수준을 전년 수준으로 동결해버린 것이다.

 

중국 정부는 5대 상업은행의 대주주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창구지도는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이 방침을 위반할 경우 신규 영업점 허가가 불허되거나 은행감독 기관의 감사를 받고 인사상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한다.

 

최근 청와대까지 신용확대를 독촉하는데도 돈줄을 죄고 있는 한국의 은행들과는 판이한 상황이다. 이 같은 관치금융의 영향으로 지난해 중국 금융기관들의 신규대출 증가율은 한때 마이너스대로 떨어지기도 했으나 12월부터 신규대출이 다시 크게 늘고 있다.

 

올 연초의 신규대출 증가세 역시 이 같은 추세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서, 금융기관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중앙정부의 정책의지에 따른 것이다.

 

중국 국무원은 올해 신규대출 목표를 최소 5조 위안으로 잡고 있다. 따라서 상반기 내내 신규대출은 급증세를 이어갈 것이지만, 이것을 경기회복에 따른 자연적인 신용기능의 활성화로 해석하기엔 선후가 뒤바뀐 느낌을 준다.

 

대규모 신용공급이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겠지만, 신규대출 확대를 경기회복의 선행지표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자칫 경기회복이 늦어진다면 대출자금이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용되면서 금융권 대출채권의 부실화로 진행될 수도 있다.

 

부동산(商品房) 경기는 내구재 거래 등 소비경기에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으며 이중 주택가격의 추이는 중국인들의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다. 올 2월까지의 부동산 거래추이를 살펴보면, 전국적으로 금액 기준 11.2% 늘어나 지난해의 감소세를 벗어났다.

 

지난해 감소세가 두드러졌던 동부 지역의 거래가 늘면서 상승세를 이끄는 모양새이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세를 보였던 2007년 연초의 거래수준을 약간 넘어선 만큼 낙관적 지표의 하나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표 1>에서 알 수 있듯 같은 기간 부동산 거래면적은 거의 늘지 않았다. 이는 최근 부동산 거래가 단위면적의 가격이 높은 고가 부동산에 편중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고가 주택의 경우 가격 하락 폭이 저가 주택보다 큰 가운데 고소득층의 주택 구입 열기가 미약하나마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대도시의 부동산도 고가 물건의 기대수익률이 소형보다 높기 때문이다. 자금이 풍부한 일부 국유기업과 은행, 지방정부 등이 부동산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는 설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중국에서 부동산 투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영역이다. 지방정부의 세수입이 부동산 개발열기와 정비례 관계인 반면 중앙정부는 경기과열의 진원지로 부동산시장을 지목해왔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지난 연말 경기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악화하자 1가구 2주택에 대한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각 지방정부가 부동산 매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일련의 소비 진작책을 내놓는 것을 용인했다. 일부 대도시 지역에서 주택구매자에게 해당 지역 호구까지 부여하는 특혜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매기가 살아나는 지역은 주로 북경과 그 동안 거래가 뜸했던 내륙지역들이다. 부동산 경기가 가장 뜨거웠던 상해 및 동북지역은 아직도 매기가 저조하고 광동 지역도 2007년 수준과 괴리가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부동산 경기가 더 활성화되기 위해선 ‘부동산 시장 성장의 과실을 인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한다. 가격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를 뒤집어 보면 아직도 실수요자에겐 부담스런 가격이란 뜻이기도 하다.

 

사실 부동산 시장에서 지난해부터 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했지만, 분양가격이나 유통가격은 매우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자금여력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부동산 판매금액 증가란 낙관적 신호가 경기회복의 선행지표로 자리매김하려면, 부동산 가격이 보다 빠르게 하락해 매기를 확산시키는 조정기능이 작동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부터 월간으로 발표된 중국의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중국 전역의 700여 개 제조분야 및 물류기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다.

 

주문 생산 고용 재고 등 5개 부문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발표되는 이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전달보다 개선됐음을 의미하고, 미만일 경우 악화되도록 설계됐다.

 

경제위기가 기업들의 매출감소로 체감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들어 처음으로 50미만으로 내려앉은 이 지수는 지난해 11월 38로 바닥을 찍은 뒤 올 2월엔 49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여전히 50미만인 만큼 체감경기가 개선된 것이 아니라 체감경기 악화속도가 누그러졌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림 3>은 좀 더 구체적인 경기판단을 위해 GDP 성장률과 GDP 갭(Gap)을 표시한 것이다. GDP 갭은 실제 GDP에서 잠재 GDP를 뺀 것으로서, 본고의 잠재 GDP는 통계적인 스무딩(smoothing)을 통해 구한 일종의 장기 성장추세에 해당한다.

 

 

GDP 갭은 중국 경제의 장기 성장추세를 제거해 경기의 부침을 표시한 셈이 된다. 그림을 보면 2006년 4분기부터 실제 GDP가 잠재 GDP를 상회하기 시작해 인플레 갭이 나타났으며, 지난해 3분기 이후 실제 GDP가 잠재 GDP를 하회하는 디플레 갭에 빠진 것을 알 수 있다.

 

고도성장 가도를 달려왔던 중국경제가 지난해 3분기부터 드디어 추세적 성장세보다 크게 낮은 성장단계로 주저앉았다는 뜻이다. 그림에서는 디플레 갭이나 인플레 갭으로 이행한 뒤 이를 벗어나는 데는 최소한 수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만약 중국 일부 언론의 관측대로 연초 중국 경기가 바닥을 찍고 있다면, 올 1분기엔 경기 저점을 통과해 경기 회복기로 이행해야 한다.

 

중국 경제는 개혁개방 이후 지금까지 4차례의 경기순환을 거쳤으며 현재 5번째 경기순환기를 맞고 있다는 게 경기순환 연구자들의 정설로 굳어져 있다. 이들이 발표하는 각 경기순환의 주기에는 다소간 차이가 있지만, 경기 정점(peak)에서 저점까지 걸리는 시간은 1985~1986년의 제 3순환기를 제외하면 최소한 3년 이상이었다.

 

최근 GDP 성장률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던 때는 2007년 2분기(14%)였기 때문에 이번 경기순환의 정점은 2007년 2분기 이후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기순환은 회복기와 확장기를 거쳐 정점에 이르게 되는데, 정점에 이르기 전 확장기에 성장률 지표는 최고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의 경기 주기를 생각한다면, 2년도 지나지 않아 올 1분기에 이미 저점에 도달했다는 것은 지나치게 빠른 감을 준다.

 

물론 현재 경기침체의 양상은 중국 내재적 원인에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외생적 요인이 가세한 것인 만큼 과거 경기사이클 주기를 그대로 답습할 것으로 예상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글로벌 경제가 양호해 수출이란 성장엔진이 살아있을 때보다 글로벌 수입수요가 최악인 지금이 경기회복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그림 3>의 막대그래프는 GDP 갭을 실질 GDP와 비교해 표시한 것으로서 지난해 4분기 급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골이 깊은 만큼 회복에도 긴 시간이 걸릴 것이며 자칫 회복 동력을 잃어버릴 경우 U자형이나 L자형 경기패턴에 빠질 공산이 크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중국의 실물경기가 최근 즉, 올 1분기에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주장은 다소 성급하다. 2월까지의 거시 데이터 중엔 경기가 침체를 지속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 훨씬 많은 만큼 최소한 3월 거시 데이터가 집계 발표되는 4월 말은 지나야 보다 객관적인 주장을 펼 수 있을 것이다.

 

설사 현재 바닥을 찍고 있다는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더욱 중요한 것은 바닥에 도달한 뒤 상승 움직임이 얼마나 뚜렷하느냐 이다. 극소수 낙관적 데이터를 제외할 때 훨씬 다양하고 많은 거시 데이터들이 경기침체의 지속을 가리키고 있다면, 이는 향후 경기패턴이 V자형 보다는 U자형이나 L자형을 따를 가능성이 높아짐을 시사 하게 된다.

 

Ⅱ. 4조 위안 매머드 재정투자의 허실

 

사실 중국 경제의 조기회복을 점치는 주장은 연초 공개된 거시 데이터에 뿌리를 둔 것이라기보다 정부의 대규모 투자지출에 대한 기대심리가 부풀린 측면이 있다.

 

지난 연말 공포된 각종 경기 진작책이 올 하반기엔 늦어도 효과를 내기 시작할 터이고 이러한 기대심리가 주택거래나 구매자 관리지수, 혹은 주가지수 등에 선행적으로 반영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연말 공개한 4조 위안 투자지출 계획은 엄청난 규모 때문에 글로벌 경제의 화두가 됐다. 그러나 자금조달 내역이나 구체적인 용처, 집행시기 등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파급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 국무원은 이달 초 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 정부공작보고 형태로 투자계획을 구체화시켜 공개했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8%의 성장률을 담보하기엔 미흡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이번 장에서는 이를 자세히 살펴보자.

 

중국 정부가 과열억제 기조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은 북경올림픽 기간 중이다. 당시엔 글로벌 금융위기의 ‘중국 전염’과 올림픽 개최용 각종 투자사업이 중단된 이후 중국 경기하강이 경계대상이었지만, 경기하강이 대규모 실업사태로 이어질 정도로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하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본격적인 경기부양책도 공개되지 않았고, 단지 과열을 억제해온 정책수단을 느슨하게 풀어놓는 수준이었다.

 

부동산경기 억제책은 이 시기에도 여전히 유지됐는데 이 점은 중국 관변학자들로부터도 ‘정책실기’라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2006년부터 내놓기 시작한 부동산 과열억제책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낼 터인데, 집 값 안정이란 주택 원매자들의 요구에 끌려 다니며 시간이 갈수록 규제강도를 높이는 바람에 경기침체까지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중앙정부가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를 해제하고 지방정부의 부동산 수요 자극책을 용인한 지난해 10, 11월을 사실상 거시정책 기조가 ‘경기중립’에서 전면 부양으로 이행한 기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으로 전이돼 중국 수출시장에도 대형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 때로서 억제 해제 정도론 경기급락을 방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중앙과 지방간 이해의 다툼, 부동산 개발상과 주택 소비자간의 갈등이란 사회정치적 요인이 객관적인 정책판단을 흐리게 만든 배경이 된 셈이다.

 

아무튼 중국 국무원의 슈퍼투자 계획이 공개되면서 최근 수년 동안 과열억제에 매진해온 중앙정부가 정반대로 투자촉진을 염원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지방정부 및 시장에 줬다.

 

중국의 경제주체들은 중앙정부의 정책노선을 매우 중시한다. 투자억제나 투자진작 등의 신호는 지방정부 관계자들의 정책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해당 지역의 국유기업은 물론 민간기업의 투자활동을 규율하는 기본 노선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중앙정부의 투자진작 노선이 공개된 이후 최근 수년 동안 경제구조 개선작업의 후유증으로 경기가 신통치 않았던 지방 간부들이 대거 베이징 상하이 등의 글로벌 기업을 순례하며 ‘투자유치 로드쇼’를 진행하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최근 수년간 중국의 고정자산투자 추이를 살펴보면, 국유기업 비중이 줄고는 있으나 아직도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투자활동은 바로 중앙정부의 경기노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림 4>는 중앙정부가 결정한 2010년까지의 정부투자액 4조 위안의 지출내역이다. 지난 연말 발표한 계획과 이달 초 전인대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보고한 최종계획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교통인프라 투자가 약간 줄어든 반면 의료교육문화 투자와 기업 자주창신 투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났다. 의료교육은 중국 중산층의 소비확대를 제약하는 대표적 걸림돌이며, 기업 자주창신 투자확대는 지난달 국무원 산하 각 정부 부처가 공개한 10대 산업진흥계획과 연계된 부분이다. 두 가지 모두 내수지향형, 기업 창의주도형 경제구조 개선과 관련이 깊다.

 

경기진작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교통인프라 투자는 1조 5,000억 위안이 책정됐다. 이 부분 역시 중부 내륙과 연해지역의 요지를 연결하는 철로 항공노선의 확충에 초점을 맞춘 만큼 중부지역의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주택보장은 저가 임대주택과 경제적용방(토지관련 세금을 면제해주는 대신 개발업체의 이윤을 최소화한 염가주택) 건설 및 판자촌 철거 등이 골자이고, 농촌기반시설 투자도 저소득 농민계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투자사업으로서 중장기적으로 소비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2월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국정목표를 ‘성장을 보장하고, 내수를 확대하며, 경제구조를 개선하자(保成長 擴內需 調結構)’로 내걸었다.

 

그러나 이번 전인대를 앞두고 중국 언론들은 정부 국정목표를 ‘내수를 확대하며 성장을 보장하고…’로 1, 2번 목표의 순서를 바꿔 보도하고 있다. 이는 중국 집권층이 성장률이란 전시적(展示的) 목표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아울러 8%라는 성장률 목표달성에 실패할 경우 정치적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데다 실제 중국 경제에 장기성장에 필요한 처방은 대증적 성장률 제고 요법보다는 내수를 확대해 성장 잠재력을 강화시키는 구조개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 차이가 없어 보이는 우선순위 변화는 전인대를 앞둔 여러 정책 공청회에서 관변 연구기관 책임자들까지 나서 조언을 한 결과였다는 설이 있다.

 

이제 정부 투자사업의 올해 경기진작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올해 집행될 투자내역에 초점을 맞춰보자. 중국 정부의 투자사업비 4조 위안은 경제위기가 없을 때의 평시 투자계획보다 순증된 규모로서 2010년까지 9분기에 걸쳐 지출된다.

 

이중 중앙정부가 투자를 집행할 몫은 1조 1,800억 위안이다. 나머지는 지방정부의 매칭(matching) 투자 및 여신증대(기업부문의 투자)로 유발시킨다는 것이 국무원의 복안.

 

 

국무원이 전인대에 보고한 올해 투자비 지출액은 전부 합쳐 9,080억 위안이다(<표 2> 참조). 이중 경제위기가 도래하기 전 평시 투자계획에 잡혀있던 액수는 3,505억 위안이기 때문에 실제 순증된 투자규모는 5,575억 위안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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