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사람은 타고 나는가?[김희석의 의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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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는 사람은 타고 나는가?[김희석의 의학칼럼]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8-03-24  | 수정 2008-03-25 오전 7:30:57  | 관련기사 건

 

 

100세까지 살도록 도와주는 ‘100세 장수 유전자’가 최근 한미 공동 연구팀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한다.


미국 앨버트아인슈타인의대의 니르 바질라이 교수와 서유신 교수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100세에 가깝거나 100세를 넘은 동유럽계 유태인 노인들 수백 명에게서 2개의 공통된 변이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최근호에 발표하였다.


연구팀을 이끈 노화연구소장 니르 바질라이 박사는 “우리는 장수에 대한 오랜 궁금증의 답을 찾아냈다.”며 “남성이 여성에 비해 평균수명이 다소 짧은 것도 이 유전자 차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에 확인된 ‘장수 유전자’가 노화를 늦추는 만큼 성장도 느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 유전자가 성장호르몬 유전자에 영향을 미쳐 호르몬 분비 체계를 혼란시키거나 분비를 억제해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 조사 결과 장수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평균 신장보다 2.5cm가 작았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가 장수의 비밀을 밝혀 줄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환영하면서도 다른 인종 노인들을 대상으로 충분히 조사해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지난 수십 년간 많은 과학자들이 인간 수명이 유전적 요인과 연관성이 있는지, 있다면 연관성은 어느 정도인지 밝히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여태 큰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 수명 결정요인에 대한 과학계의 견해는 그동안 큰 변화를 겪었다. 20,30년 전에는 음식과 운동, 의료 등 환경을 강조하는 견해가 많았고 다음에는 관심이 유전자로 옮겨졌다.


장수 유전자를 물려받으면 기름기 많은 스테이크를 먹고 담배를 피워도 오래 살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다수의 연구들은 인간의 수명을 결정하는데, 질병을 결정하는데 유전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보여주고 있다.


1998년 스웨덴 연구팀은 동일 유전자를 지녔지만, 태어나자마자 각각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난 일란성 쌍둥이들을 연구하였다. 유전자가 수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거의 비슷한 나이에 사망해야 하지만 실제 연구 결과는 수명에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은 20-30%에 불과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청결한 생활을 유난히 강조하는 미국 유타주의 제7안식일 교도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 결론을 제시한다. 알코올이나 카페인, 담배 등을 피하는 이 종파 신도의 수명은 미국 평균보다 8년이나 더 길다.


1976년부터 오키나와 장수 노인들을 추적 연구해온 미국 국립보건원과 일본 보건후생성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많은 육체적, 정신적 운동과 저지방, 저염식, 섬유질과 항산화물질이 많이 함유돼 있어 암과 심장병, 뇌졸중을 막아주는 야채와 과일 위주의 식사 등이 장수의 비결이다.


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콩을 많이 섭취한다는 사실과 소식(小食)도 특기할 만하다.  오키나와의 높은 장수율이 생활습관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사실은 외지에서 생활하는 오키나와 인들의 수명을 추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외지에서 그쪽 생활습관을 따르며 사는 오키나와인들은 한 세대 이내에 수명이 줄고 암과 심장병 발병률은 증가한다. 오키나와에서 사는 젊은이들조차 미국식 식생활을 따르다 보니 기대수명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유전자의 요인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연구들도 많다.


100세 이상 장수자를 형제, 자매로 둔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00세 이상 살 확률이 남자는 17배, 여자는 8.5배나 각각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뉴잉글랜드 백수(百壽) 연구`에 등록된 100세 이상 장수자 사이에는 섭식이나 운동, 건강관련 습관 등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 가운데 20%는 담배를 피운 적이 있고 일부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지만 비만이나 건강문제를 초래할 식습관을 갖고 있었다.


또 최소한 10-15%는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등을 20년 이상 앓고 있었다. 이들의 경우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오래 전에 닥쳤을 건강문제를 극복하게 해주는 특정 유전자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한다. UN은 노인층 비율(총 인구대비 65세 이상 인구)이 7%를 초과하면 ‘노령화 사회’에 들어선 것으로 간주하고 14%를 넘어서면 ‘노령사회’로 규정하고 있는데, OECD는 한국이 노령사회로 진입하는 시기를 2019년으로 예상하였다.


우리나라가 노령화 사회에서 노령사회로 이행하는데 걸리는 19년은 프랑스(115년), 스웨덴(85년), 미국(75년), 영국과 독일(각 45년), 일본(26년) 등에 비해 가장 빠르다. 고령화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리한 사실임이 분명하지만, 역으로 장수하는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급속히 늘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연구할 필요도 있겠다.


증거가 있으니 잘하면 장수비결을 수출하는 국가적인 산업을 갖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한국 식단이 채식과 발효식품 위주로, 이제까지 밝혀진 장수식이고 온돌 등 생활문화적인 장점도 내세울 수 있지만, 그 외에 혹시 한국인만의 장수유전자가 존재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김희석 원장/


경북대의대 졸업

외과전문의, 의학박사

현재 동인외과병원 공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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