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부실 수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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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부실 수준 진단

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09-07-08  | 수정 2009-07-09 오전 11:43:15  | 관련기사 건

LG 경제연구원 이한득

 

국내 기업의 부실 정도를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해 본 결과,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되었지만 수익성이 높아지지 못해 부채상환능력 개선은 소폭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들이 여전히 상당수 존재하고 있고, 이들 기업들의 부채상환능력은 외환위기 때에 비해 더 낮아졌다. 또한 3년 이상 부실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기업의 비중도 상당히 높다.


국내 기업은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부채상환능력이 상당히 낮고 부실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부실 가능성이 큰 기업들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와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기업의 부실 수준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목 차 >

 

Ⅰ. 국내 기업 구조조정 추진 현황

Ⅱ. 외환위기 이후 기업 재무건전성 변화

Ⅲ. 국제 비교를 통해 본 국내 기업의 부실 수준 

Ⅳ. 결론 및 시사점

 

 

Ⅰ. 국내 기업 구조조정 추진 현황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급격한 경기위축으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고 방향을 제시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을 독려했다. 채권금융기관은 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하여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별하였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 중에서 회생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자금지원을 통해 정상화시키지만 회생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대해서는 자금지원을 중단하여 퇴출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대기업 그룹에 대해서는 이미 신용위험에 대한 평가가 마무리되고 구조조정이 추진 중이다.


유동성이 악화된 9개 대기업 그룹이 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였다. 이들 그룹들은 계열사 지분 및 부동산 매각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약정에 정해진 목표에 맞추어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 

 

신용 공여액 500억 원 이상인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도 완료되었다. 33개사가 구조조정 대상기업으로 결정되었다. 이들 기업 중에서 회생가능성이 있는 22개사에 대해서는 워크아웃을 추진해 정상화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회생가능성이 낮다고 판정된 11개사는 자체적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퇴출된다. 

 

2009년 6월말 현재 중소기업(신용 공여액 500억 원 미만 기업 및 개인사업자)을 대상으로 채권은행의 신용위험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여신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유동성이 악화되었지만 회생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자금지원을 계속하지만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자금공급을 중단하여 건전한 부문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경기위축에 따라 급격한 부실화가 우려되는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도 추진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위축의 영향이 본격화되고 내수부진이 심해지면서 건설, 조선, 해운 업종 등의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2009년 들어 두 차례에 걸쳐 36개 건설 및 조선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기업으로 선별되었다.


그 중에서 회생가능성이 있다고 판정된 29개 기업에 대해서는 워크아웃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면서 경영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운임 하락으로 시황이 급격하게 악화된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추진 중에 있다. 38개 대형 해운사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는 마무리되었고, 140여개 중소형 해운사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는 기업부실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자금지원이 계속될 경우 부실채권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실기업의 선정과 자금지원 중단은 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의미가 있다. 

 

또한 기업 구조조정은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투자자 사이에 위험회피 성향이 높아진 상황에서 부실기업이 존재하지만 어떤 기업이 부실기업인지 알려지지 않았을 경우 모든 기업에 대해 자금공급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우량기업에게도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부실기업의 퇴출은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현상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기업의 수익성 회복과 재무구조 개선,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 방지, 금융시장 안정 등의 복합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Ⅱ. 외환위기 이후 기업 재무건전성 변화

 

정부 주도의 국내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외환위기 직후에도 추진된 경험이 있다. 당시에 급격한 경기침체와 고금리 정책으로 국내 기업의 부실화가 급격하게 진행되었고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였다.


국제기구와 해외 금융기관은 자금지원의 조건으로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을 요구하였다. 외환위기 직후 기업 구조조정은 재무구조 개선에 그치지 않고 소유/지배구조 등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국내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급격하게 개선되었다. 투자 위축 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기업 구조조정이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외환위기 당시는 지급불능에 빠져 이미 부실화가 명확하게 드러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후적 구조조정이었다. 하지만 최근은 부실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부실 확산의 사전 차단을 목적으로 하는 선제적 구조조정의 성격이 강하다.


부실화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부실 가능성을 평가하여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따라서 구조조정 추진 자체부터 방향과 방법 등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의 부실 가능성이 높다면 부실을 해소하기 위한 구조조정은 당연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의 강도와 방향의 적정성을 판단해 보기 위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무건전성 수준을 살펴 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여전히 많이 있다면 광범위한 구조조정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면 구조조정을 선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와 2008년 실적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재무건전성 비교를 통해 부실 정도를 파악하고 특징을 살펴보았다. 

 

차입금 의존도 하락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의 재무구조는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채비율의 하락이다. 1997년 말 219%(중앙값 기준)이었던 상장기업의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은 2008년 말 88%로 하락했다.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하락한 것은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였고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하였다. 차입금의존도(차입금/자산총액)는 1997년 말 45.9%에서 2008년 말 23.2%로 하락했다.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는 낮아졌지만 차입금 구조는 악화되었다. 차입금 중에서 일 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1997년 말 59.9%에서 2008년 말 76.3%로 높아졌다. 차입금 중에서 만기가 짧은 차입금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은 금융시장 경색이나 단기적인 유동성 부족 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이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영업현금흐름을 초과하는 투자지출 발생

 

 

최근 국내 기업의 영업현금흐름은 개선되었다. 매출액 대비 영업현금흐름 비율이 1997년 1.9%에서 2008년에는 2.9%로 높아졌고, 차입금 대비 영업현금흐름 비율도 3.0%에서 8.7%로 상승했다. 전반적으로 영업활동의 현금흐름이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전체적인 현금흐름은 크게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현금흐름은 개선되었지만 영업현금흐름 이상으로 투자에 지출되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흐름 이상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수익성 중시 경영이 정착되고 보수적인 투자활동이 이루어지면서 잉여현금흐름(영업활동에서 유입된 현금에서 투자활동에 사용된 현금을 차감한 잔액)은 플러스(+)를 유지했고 재무구조는 개선되었다. 

 

하지만 2006년도부터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상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08년도에는 외환위기 당시만큼 과다한 투자는 아니었지만 영업현금흐름을 초과하는 투자가 일어났다.

 


이에 따라 부족한 자금을 외부에서 차입하면서 2008년에는 부채비율이 상승하였다(<표 2> 참조). 아직까지 투자가 과도하게 발생하지는 않고 있지만 외환위기 때와 같은 현금흐름을 초과하는 투자로 인한 재무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부채상환능력은 크게 개선되지 못해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부채비율보다는 현금흐름을 통해 파악되어야 한다. 원금과 이자를 제때에 상환할 수 있는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부채비율이 아무리 낮더라도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낮아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면 도산하게 된다. 기업들의 신용평가를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국제신용평가기관들도 부채비율보다는 현금흐름 지표를 가장 중시한다. 

 

현금흐름지표를 기준으로 국내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을 살펴보면 전체적인 부채상환능력의 개선 폭은 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지급능력을 기준으로 부채상환능력을 살펴보면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1997년 0.9에서 2008년 3.0으로 높아졌고, EBITDA 기준 이자보상배율도 1.5에서 5.0으로 높아졌다. 따라서 이자지급능력은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표 2> 참조). 

 

부채상환능력은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을 포함하여 살펴보는 것이 좀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현금흐름보상배율([영업현금흐름+이자비용/[단기차입금+이자비용`)은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이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을 얼마나 상환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국내 기업의 현금흐름보상배율은 외환위기 당시나 최근이나 모두 0.2 수준에 머물렀다(<표 2> 참조).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이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을 상환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이다.


이자지급능력은 증가했지만 단기차입금 비중이 늘면서 전체적인 단기 지급 능력이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부채비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자지급능력의 개선이 기업의 내부적인 요인보다는 외부환경 변화에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개선되지 못해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997년 5.5%에서 2008년 4.5%로 하락했다.


반면에 시중금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차입금평균이자율은 1997년 11.6%에서 2008년 5.8%로 낮아졌다(<표 2> 참조). 금융비용부담률(이자비용/매출액)이 크게 낮아진 점에서도 이자비용 부담이 크게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금리상승과 같이 외부환경이 과거와 반대 방향으로 급변할 경우 부채상환능력이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부채상환능력 낮은 기업 여전히 상당수 존재

 

부채상환능력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채상환능력이 낮은 기업이 상당부분 존재한다. 외환위기 당시 비금융 상장기업 중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기업의 비중은 54.3%에 달했다. 상장기업 중에서 절반 이상이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경영환경이 개선되면서 기업들의 부채상환능력이 개선됨에 따라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인 기업들의 비중은 상당히 줄어 들었다.


2008년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인 기업의 비중은 29.3%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급격한 경기하락을 경험했던 2009년 1분기에는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인 기업들의 비중은 36.3%로 늘었다(<그림 1> 참조). 

 

 

외환위기에서 10년 이상 지난 최근에도 전체 기업 중에서 30% 내외의 기업들이 여전히 이자보상배율 1 이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부실화 가능성이 매우 높은 기업들이다. 경제 여건이 나빠질 경우 부채상환능력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부실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부채상환능력의 편차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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