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쓰촨의 비극에 시민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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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쓰촨의 비극에 시민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8-05-21  | 수정 2008-05-21 오전 9:30:36  | 관련기사 건

쓰촨 대지진의 참사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태도로 정보를 공개한 결과이기도 한데, 화면으로 생생하게 전달되는 장면은 全세계가 중국의 비극을 함께 슬퍼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일요일 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에 나왔던, 부모가 지진으로 사망한 딸의 시신을 수습해 묻는 장면에 눈시울을 붉히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쓰촨 곳곳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최악으로 치닫던 중국과 국제사회의 감정적 갈등도 이 절대적 비극을 계기로 빠르게 치유되고 서로 간에 협력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도 2주 전에 성화 봉송을 둘러싼 불상사가 있었고 중국에 대한 여러 불편한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이번 참사를 목격하며 뭔지 모를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한국에 체류하는 한 중국 유학생도 그 불상사를 고려하면 신중해질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쓰촨의 참사를 극복하는 데 한국인들이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적극 모색해주었으면 한다는 희망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물론 대참사 앞에서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지원의 규모와 신속성에서 정부나 기업을 따라가기는 불가능할 것이고 이미 정부와 기업은 다양한 지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지진 이후 피어난 연대의식


그렇다고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다. 적어도 이번 대참사는 중국인들과 우리가 새로운 차원에서 소통해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어려운 처지에 빠진 중국인들을 돕는다는 차원을 넘어, 상대방과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며 자신을 변화시켜 평화로운 공존의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어간다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민간이나 시민사회의 역할이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최근 언론에서는 중국의 재난 극복과정에서 국가 지도자들이 보여준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모습을 많이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더욱 주목할 것은 재난 극복과정이 중국인들의 생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이다. 사실 중국은 개혁개방을 시작한 이후 `배금주의`적 개인주의가 점점 확산되어왔다.


떵샤오핑이 개혁개방 초기에 주창한 "미래를 향해 보자"라는 구호가 민간에서 "돈을 향해 보자"로 풍자되기(중국어에서도 앞을 의미하는 前과 돈을 의미하는 錢의 발음이 같다)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이러한 배금주의적 개인주의, 연대감을 배제한 목표지상주의는 사실 다른 어떤 측면보다도 공존을 위협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통해 중국인들은 다른 이들의 어려움을 자신의 어려움으로 느끼고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인식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진행된 모금운동은, 중국의 한 평자에 의하면, 중국 최초의 자발적인 모금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현상이다.


재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그 물질적, 정신적 후유증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연대의식은 중국에서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또한 중국의 개혁개방 과정을 지배했으며 현재는 그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는 하나의 중요한 심성, 즉 배금주의적 개인주의를 성찰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중국 내에서 형성된 연대의식이 국제적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외부의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국가 단위를 넘어 시민들 간의 소통을 고민하자


그리고 우리가 이러한 연대의식과 소통할 수 있다면, 이는 한중관계는 물론이고 아시아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매우 중요한 공헌을 할 것이다. 아시아에서의 관계는 국가라는 프리즘을 통하는 경우가 많고, 지역 내의 문제에 대한 논의는 자신을 국가대표로 자처하는 논자들에 의해 지배당하기 쉽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재난에 희생당하고 있는 중국인 그리고 미얀마人에 이르기까지 국가대표가 아니라, 고단한 생을 살아가고 있는 그리고 뭔가 새로운 미래를 갈구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자격으로 소통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일단 적은 액수라도 지원금을 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비극이 극복되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무엇인가 할 일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고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저자 소개


이남주 /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1965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및 뻬이징대학 정치행정관리학 박사과정 졸업.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주요 논문으로 「북한 개혁의 ‘이륙’은 가능한가」, 「동북아시대 남북경협의 성격과 발전방향」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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