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말 쓰기 폐단, 무얼 한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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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말 쓰기 폐단, 무얼 한다는 걸까?

한창식 발행인  | 입력 2021-09-03 오후 08:48:33  | 수정 2021-09-03 오후 08:48:33  | 관련기사 건


치매의 날을 앞두고 고성군 보건소에서 뭔가 행사를 벌이나 보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행사를 알리는 알림표도 만들었다.


2-1 제14회 치매극복의 날 기념 내 젊은시절 이야기 청춘 사진 응모전 개최.jpg

 

그런데, 보건소에서 내 놓은 왼쪽 포스터를 눈여겨보면 어디를 봐도, 아니 전체 글을 다 읽어봐도 사진 응모전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가 없게 돼 있다.

 

물론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야 차근차근 읽어보면 ", 사진을 보내라는 거구나"하고 알려면 알 수 있을 테지만 이래가지고서야 행사 효과를 크게 볼 수 있겠나 싶다. 이런 행사 알림표가 제 구실을 못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아래 사진 분홍색 동그라미 안에 든 "언택트"라는 이상한 외국말 때문이다.

 

"우리가 무얼 하려고 합니다. 그게 바로 청춘시절이 담겨 있는 사진응모전입니다" 하고 알리려면 "언택트" 자리에 "사진응모전"이 들어가야 단박에 해결된다.

 

"2021 언택트, 내 젊은시절 이야기" 이게 대체 무슨 뜻이며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그런데, 막상 이렇게 만들어놓고도 저 괴상한 외국말 "언택트" 때문에 잘 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뭔가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는 습관이 들어버렸다.

 

얼마 전에도 고성군 행정에서 쓸데없이 외국어 많이 쓴다고 지적했던 적 있는데,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정책을 만들어놓고 그 이름을 짓고자 할 때 자꾸만 외국말부터 먼저 떠올리니 마침내 우리가 무얼 하자는 것인지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어떤 공무원이 했던 말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는 "우리말로 쓰면 뭔가 없어보여서 있어 보이라고 외국말을 쓴다"는 거였다. , 그렇다면 없는데도 외국말을 쓰고 있어보이게 하겠다면 그건 바로 사기다 사기.

 

공공 행정에서는 국어기본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행정이 우리말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고 잘 다듬어 써야 할 책무를 지녔다.


Untitled-1.jpg

 

다시 그림으로 돌아 와보자. 그래서 오른쪽처럼 바꿨다. 왼쪽의 언택트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말이다. 그 자리에 "청춘사진 응모전"만 써 넣었는데 알림표 안의 다른 자잘한 글씨 안 읽어도 어떤 행사를 여는지 완전하게 알 수 있지 않은가. 행사알림표는 제목만 봐도 뭘 하는지 곧바로 알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제발 외국말 좀 쓰지 말고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우리말글로 쓰자.  





한창식 발행인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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