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향숙 의원
가을은 본래 축제의 계절이다.
하지만 올해 고성군의 9월과 10월은 단순한 계절적 축제를 넘어 숨 가쁜 일정의 연속이다.
지난 3일 KBS 전국노래자랑을 성황리에 마쳤고, 앞으로 9월 19일 드림콘서트, 10월에는 제84회 소가야문화제와 군민체육대회, 제9회 수산물 가리비축제 그리고 대규모 행사인 2025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까지 연이어 예정되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고성군이 문화와 관광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지역을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고, 외부 관광객을 유입하며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행사가 늘어날수록 마음 한편에는 우려도 함께 커진다.
이 많은 행사들이 과연 군민을 위한 '진짜 축제'인가? 하는 근본적 물음 때문이다.
축제 피로감, 이대로 괜찮은가?
진정한 축제란 군민이 함께 만들고 준비하며 즐기는 과정 속에서 공동체의 정체성을 되새기는 시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고성의 현실은 어떠한가? 축제의 겉모습은 화려해지고 있으나 그 무게는 대부분 군민들의 어깨에 실려 있다.
읍·면 단위의 주민, 자원봉사자, 상인, 문화예술인, 학생, 공무원들이 빠듯한 일정 속에 연이은 축제를 감당하며 제대로 쉬기도 전에 다음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구조는 예산 분산과 행정력 과부하로 이어진다.
주민들의 참여는 피로감을 동반하고, 자연히 축제의 참여도와 완성도는 떨어진다.
감동과 메시지는 희미해지고, 비슷한 시기에 여러 축제가 겹치면서 참여자와 관람자가 분산되어 지역공동체의 구심점은 점점 약화된다.
준비하는 사람은 지치고, 보는 사람은 식상해진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여러 행사를 동시에 치르다 보니 개별 축제의 질은 저하되고, 그 결과 축제는 기다려지는 문화가 아니라 해마다 반복되는 의례적 행사로 전락하고 만다.
진정성 있는 축제를 위한 제언
그래서 다시 묻고 싶다.
지금 우리가 치르고 있는 수많은 축제의 출발점에 과연 군민의 목소리가 있었는가?
이 행사가 군민들에게 진정한 감동과 유익을 주고 있는가?
이제는 축제의 숫자보다 내용을, 규모보다 진정성을 고민해야 할 때다.
비슷한 성격의 행사는 과감히 통합하고 시기를 조정하되, 필요한 예산은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고성에서만 즐길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주민과 방문객 모두가 진정으로 기다리는 축제가 될 수 있다.
축제는 단발성이 아니라 고성의 문화와 정체성이 차곡차곡 축적되는 과정이어야 하며,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고성의 미래를 열어가는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본 의원이 바라는 것은 소박하다.
축제가 끝난 어느 저녁, 군민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남고 "아, 정말 즐거웠다. 내년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축제다.
보여주기 위한 무대가 아니라 군민 모두가 공감하고 어울리며 진정한 소통의 장이 되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고성군의 진정한 축제'가 아니겠는가?
축제는 군민의 삶 속에 뿌리내려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고성의 진정한 문화가 꽃필 수 있을 것이다.